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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소고(小考)
2025.05.20 14:35- 작성자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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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소고(小考)
‘지속 가능한 한류’는 하나의 화두가 됐다. 관련하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4년 『한류 생태계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기획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류가 지역적 문화 현상을 넘어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는 얘기다. 한류 현상은 K-팝, K-드라마, K-푸드, 한국영화, 패션, 뷰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확산했고,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재편하며 한국을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한류 콘텐츠는 시청각을 넘어 세계인의 오감(五感)을 강타했고, 적중했다.
오감의 시작은 시각이다. 영상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그만큼 강력하다. 조형래가 『문학과 미디어의 이해』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을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 내용과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K-팝과 K-푸드의 인기 역시 청각과 후각, 미각을 넘어 그것이 세계인의 눈에 아름답고 흥미롭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징어게임>에 나온 ‘추억의 달고나’와 ‘생라면’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달리 표현하면 ‘한국의 콘텐츠에 한국의 음식들이 한국적 서사를 통해 노출된 결과’였다.
‘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간 한류 확산 과정에서 노출된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미발굴된 서사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류의 영향력과 비례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5년 4월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37.5%이라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나치게 상업적’(15.0%), ‘북한의 국제적 위협’(13.2%), ‘자국 콘텐츠 보호 필요’(11.8%) 등의 이유였다. 북한의 위협과 자국 콘텐츠 보호 필요라는 두 가지 이유야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
한정된 장르(삼각관계, 재벌가 이야기, 학교 내 따돌림 등)에 따른 서사적 다양성의 부족, 특정 스타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사실 이러한 점들을 ‘문제’로 취급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현재 문제가 되는 ‘장르’와 ‘스타’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류는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삼각관계, 치정(癡情), 재벌가와 장삼이사(張三李四) 간의 사랑 이야기는 민족과 시공간을 초월해 흥미를 자아내는 도구다. 예를 들어 스타 이민호를 빚어낸 <꽃보다 남자(2009)>는 삼각관계, 재벌가 이야기, 학교 내 따돌림이라는 ‘한정된’ 장르 3요소가 융합한 작품이었다. 앞서 언급한 ‘202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이민호는 한류스타 부문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물론 한정된 장르에 머물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문제는 앞서 말한 ‘미발굴된 서사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사안과 연결된다. 근현대 한국이 경험한 역동적인 역사는 식민기, 해방,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를 모두 포괄한다. 한류는 세계화 시기에 비롯됐다. 한류의 확산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전개됐다. 한국의 현대사는 제국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궈냈으며, 세계화와 정보화를 선도한 ‘다양성’의 역사다. 즉, 아픔과 오욕의 역사인 동시에 성취와 승리의 역사다. 그만큼 한국이 지닌 영상 서사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기존 장르와 접목하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든 미발굴된 서사들을 끄집어내어 창조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외에 광고,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통한 한국 영상 서사의 ‘유형적’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아티스트 보호 체계 수립, 국제 공동제작 및 협업 강화, 질 높은 번역과 더불어 지역별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 수립, 콘텐츠 다양화 등 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 영상 서사의 지속 가능한 확장을 위한 환경도 조성된 상태다. 상기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는 70%를 넘었다. ‘한국어’에 대한 호감도는 75.4%에 달했다. 초연결-초지능 시대 스트리밍 플랫폼과 각종 영상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국적 서사’의 지속적 확산 여부도 이러한 기술‧환경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한류 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인원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류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각인될 것인가의 문제가 우리 세대의 지혜와 결단에 달렸다.
미래문화융합연구센터, 연구원
윤성원
‘지속 가능한 한류’는 하나의 화두가 됐다. 관련하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4년 『한류 생태계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기획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류가 지역적 문화 현상을 넘어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는 얘기다. 한류 현상은 K-팝, K-드라마, K-푸드, 한국영화, 패션, 뷰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확산했고,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재편하며 한국을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한류 콘텐츠는 시청각을 넘어 세계인의 오감(五感)을 강타했고, 적중했다.
오감의 시작은 시각이다. 영상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그만큼 강력하다. 조형래가 『문학과 미디어의 이해』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을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 내용과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K-팝과 K-푸드의 인기 역시 청각과 후각, 미각을 넘어 그것이 세계인의 눈에 아름답고 흥미롭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징어게임>에 나온 ‘추억의 달고나’와 ‘생라면’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달리 표현하면 ‘한국의 콘텐츠에 한국의 음식들이 한국적 서사를 통해 노출된 결과’였다.
‘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간 한류 확산 과정에서 노출된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미발굴된 서사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 연상 이미지(2012-2024) 조사 결과>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연합뉴스)
한류의 영향력과 비례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5년 4월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37.5%이라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나치게 상업적’(15.0%), ‘북한의 국제적 위협’(13.2%), ‘자국 콘텐츠 보호 필요’(11.8%) 등의 이유였다. 북한의 위협과 자국 콘텐츠 보호 필요라는 두 가지 이유야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
한정된 장르(삼각관계, 재벌가 이야기, 학교 내 따돌림 등)에 따른 서사적 다양성의 부족, 특정 스타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사실 이러한 점들을 ‘문제’로 취급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현재 문제가 되는 ‘장르’와 ‘스타’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류는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삼각관계, 치정(癡情), 재벌가와 장삼이사(張三李四) 간의 사랑 이야기는 민족과 시공간을 초월해 흥미를 자아내는 도구다. 예를 들어 스타 이민호를 빚어낸 <꽃보다 남자(2009)>는 삼각관계, 재벌가 이야기, 학교 내 따돌림이라는 ‘한정된’ 장르 3요소가 융합한 작품이었다. 앞서 언급한 ‘202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이민호는 한류스타 부문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물론 한정된 장르에 머물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문제는 앞서 말한 ‘미발굴된 서사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사안과 연결된다. 근현대 한국이 경험한 역동적인 역사는 식민기, 해방,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를 모두 포괄한다. 한류는 세계화 시기에 비롯됐다. 한류의 확산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전개됐다. 한국의 현대사는 제국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궈냈으며, 세계화와 정보화를 선도한 ‘다양성’의 역사다. 즉, 아픔과 오욕의 역사인 동시에 성취와 승리의 역사다. 그만큼 한국이 지닌 영상 서사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기존 장르와 접목하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든 미발굴된 서사들을 끄집어내어 창조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외에 광고,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통한 한국 영상 서사의 ‘유형적’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아티스트 보호 체계 수립, 국제 공동제작 및 협업 강화, 질 높은 번역과 더불어 지역별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 수립, 콘텐츠 다양화 등 지속 가능한 한국 영상 서사를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 영상 서사의 지속 가능한 확장을 위한 환경도 조성된 상태다. 상기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는 70%를 넘었다. ‘한국어’에 대한 호감도는 75.4%에 달했다. 초연결-초지능 시대 스트리밍 플랫폼과 각종 영상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국적 서사’의 지속적 확산 여부도 이러한 기술‧환경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한류 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인원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류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각인될 것인가의 문제가 우리 세대의 지혜와 결단에 달렸다.

미래문화융합연구센터, 연구원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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