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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K-공감장의 보편화 가능성을 확인하다
    2025.04.28 11:12
    • 작성자 이영재
    • 조회 41
    K-공감장의 보편화 가능성을 확인하다



    2025
    년 상반기 넷플릭스 드라마 중 제주도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최종 12-16회가 공개된 후 331일 레딧, IMDb, 로튼토마토 등 해외 플랫폼 및 더우반 등 중국 리뷰 사이트에서 10점만점 기준 평균 9.5 이상의 최고 평점과 찬사가 쏟아졌다. 대도시 서울이나 수도권의 이야기가 아닌 제주도, 그것도 지금부터 3세대 전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 나무위키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공식 포스터. 사진 출처 : 넷플릭스
     
    파키스탄의 Noman Syed"내가 본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다. 너무나 깊이 마음을 건드려서 눈물을 흘리며 시청했다. 이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감정적인 여정이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다시 경험하게 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문화가 파키스탄 문화와 얼마나 유사한지에 놀랐고 기뻤다. 가족 유대, 희생, 사랑, 그리고 투쟁 - 이 모든 요소들이 우리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이 시리즈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졌다."10점 만점을 주었다(「머니투데이」 2025.04.01.).

    지구를 구하는 영웅시리즈도 아니고, 천문학적 예산과 CG기술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도 아니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공감대를 자극한 것이다. 1960년대 제주도의 젊은 연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세계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그 동력은 무엇일까? 글로벌 공감대를 자극한 작품이 비단 <폭싹 속았수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의 글로벌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은 한국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소재로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했다. 2021<오징어 게임> 역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공감대를 자극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20256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더 고섬 2025 TV 어워즈'(고섬어워즈)에서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연합뉴스」 2025. 04. 25).
     
    K-드라마, 영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데에는 K-콘텐츠가 가진 한국적 특수성과 보편성의 매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에 기반한 이야기가 세계적 보편성과 만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 K-콘텐츠의 심층에는 한국 사회의 모진 격변과 기억, 경험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은 1910(일제강점)~1987(민주화)에 이르는 77년 기간 동안 식민, 해방, 분단, 전쟁, 군사쿠데타, 민주화 등의 세기적 격변을 모두 경험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이 과정에서 다층적인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가 한국 사회의 공감장에 누적되어 왔다. 그런데 이 압축적 차원에서 전개된 근대성’, ‘개인화’, ‘비동시성의 동시성등으로 설명되는 한국의 독특한 근현대사 경험이 한국의 특수한 기억과 경험에 머물지 않고 K-영상서사의 담론을 풍부하게 구성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 감정구조(structure of feeling)21세기 현대 사회의 문제들과 융합하면서 K-영상서사의 독특한 담론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냉전 구도를 배경으로 한 <무빙>(2023)이나 한반도 분단 현실이 활용된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2022)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반영된 드라마이다.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은 영상서사의 상상력으로 다시 서술되고, 향유자들이 다른 방향에서 상상하고 기억하게 하는 동력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K-컨텐츠가 역사적 경험과 언어, 문화가 각기 다른 외국인들에게 수용되고,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놀라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겪어 오며 형성된 K-공감장은 이제 글로벌 공감장으로 분출하고 있다. 우리가 탈냉전, 신자유주의, 경제적 불평등,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풀어내는 이야기들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K-공감장은 글로벌 공감장의 보편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K-컨텐츠가 마주하고 풀어낼 사회적 주제가 무엇이 될지,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가 크다.


     

    미래문화융합연구센터, 연구원
    이영재